목록회사생활/나의 취준&면접 이야기 (7)
미대오빠의 일기장

면접 당일, 그 날은 날씨가 더웠다. 나는 땀을 흘리며 검은 정장을 입고 면접장소로 향하였다. 도착까지 거의 2시간가까이 걸렸고 '여길 합격한다면 어떻게 출퇴근하지?' 이런 태평한 걱정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큰 미술관이었기에 전시를 보러 놀러온 기분도 들었다. 대학시절 몇번왔던 미술관 건물을 보니 익숙하고 마음도 편안해졌다. 나는 첫면접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 이윽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한 여직원이 내게 잠시 면접대기실에서 기다려달라고 하여 대기실로 향했다. 화려한 미술관내부에 비해 일하는 사무실의 모습은 좁고 서류더미가 쌓여있었고 열악해 보였다. 면접대기실에 도착하니 검은정장을 입은 여자지원자들이 많이 있었고 남자는 한명도 없었다. 나이대는 20대후반에서 30대..

그간 달라질게 없었던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내게 연락이 왔다. 처음으로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약 일주일뒤 오후 2시까지 어느 사무실로 오라는 식의 연락이었다. 여러 군데 이력서를 넣지 않았지만 서류합격이 되었다는것 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서류합격은 하나의 동아줄 취준생들은 이 기분을 알거다. 내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하늘에서 동아줄 하나가 내려온 기분. 절벽에서 떨어져도 잡을 '동아줄' 하나는 생긴 느낌이다. 서류전형 결과는 보통 문자 메시지로 안내를 받거나 전화가 와서 면접일정을 조율한다. 회사 채용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특이하게 E-mail로 면접가능시간을 체크하여 회신하면 답장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일반기업의 채용단계로는 '서류전형-1차면접-임원면접-합격-신체검사' 순이 일반적이다. ..
구직사이트 매일 도서관에 오면 제일 먼저 하는일이 있다. 구직사이트에 로그인을 한다. 처음에는 뭘 검색해봐야 할 줄 몰랐다.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도 정하지 않았고 어떤 기업을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없으니 당연히 뭘해야 할지 몰랐다. 참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일단 내 잘못이 크다. 메인화면에 보이는 여러개의 중견기업, 대기업들의 로고들이 자신을 클릭해달라고 큼지막하게 보여졌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채용공고들중 '신입 디자이너' 항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연구직, 영업직, 프로그래밍, 인사총무등등 많은 직업군이 있었으나 디자인 항목은 보기 드물었다. 사람인 메인화면에서 기업을 찾는걸 포기한 나는 직업별 공고를 검색하여 디자인 및 미술관련된 업종의 채용공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결..

교수님의 취업 제안 (2013.3월초 기록) YES or NO 전화를 받자마자 교수님은 나에게 취업이 됬냐고 물어보셨다. 내가 어떻게 답변을 해야할 지 몰라서 약 3초간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에 교수님께서 한가지 제안을 하셨다. "내 친한 제자가 XX기업 디자인팀 팀장인데 거기 신입사원을 뽑는다. 네 생각이 나서 걸었다. 혹시 지원해볼 생각없나?" 매우 솔깃한 제안이었다. 이 기업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이었다.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전화로 들은 제안이기 때문에 어떤 말이라도 내뱉어야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왜 굳이 나를 추천하지? 나말고도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텐데? 괜히 갔다가 후회하는거 아니야? 난 이제 막 취업준비를 시작해서 이력서도 정리못했고 포트폴리오도 없는데 어쩌지...

2020년 3월초의 기록 취업준비 백수 2주차째 접어 들던 날. 무료한 나날들 이었다. 집에 있으면 집중이 안되고 점점 더 나태해져갔다. 집에선 나태해질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게임도 할 수 있고 TV도 있고 침대도 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매일 아침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근처 문화센터 도서관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근처 문화센터 도서관은 자전거로 10분이면 갈 수 있고 무료열람실이 있기 때문에 취업준비를 하기 최적의 장소였다. 만약 할 일이 있는데 집중이 안되거나 생각이 정리가 안된다면 도서관을 하루라도 가보길 추천한다. 도서관은 집중이 잘된다. 주변환경의 방해요소도 없다. 일단 신기하게 잡념들이 모두 사라진다. 신기하게도 어머니께서는 내게 많이 눈치를 주지 않으셨다. 평소에 잔소리를 많이 하..

2013년 02월 20일 - 백수 무소속 2013년 2월말. 졸업과 동시에 나는 백수가 되었다. 소속감 없이 집에 돌아온 그때 내 나이 28세. 남은건 졸업장과 졸업식에 찍은 가족사진 몇장. 그리고 대표로 받은 우수논문상. 그것이 끝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앞으로 쉬고 싶단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 취업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있었다. 취업준비를 하고 회사에 취업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겠지... 그게 얼마나 걸릴지 무슨 회사를 가야 할지는 구체적으로 몰랐다. 눈앞에 닥친 학업 과제들을 해결하기 바빴던 지금까지완 달리 이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생긴거 같았다. 나는 대학교 입학부터 한번도 휴학과 졸업유예 없이 학업을 해왔고 그렇게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군대도 학기끝나고 갔다가 전역하..

구글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핸드폰 앱에 구글포토라는 아이콘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자동으로 동기화가 되어 구글포토에 저장이 된다. 내 휴대폰에서 찍은 사진을 구글포토쪽으로 자동으로 동기화 시켜주는 앱이다. 과거 몇년전부터 최근까지의 사진들이 모두 저장되어있었다. 과거순으로 사진을 보니 몇년전엔 어딜갔었네 뭘먹었었네 하며 기억이 상기되는걸 느꼈다. 기록 동기화된 사진은 앞으로도 영원히 남겠지만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진다. 그래서 앞으로 일기를 써볼까 한다. 사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일기로써, 과거의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무언가 기록을 해보고 싶어서다. 미술을 전공하고 직장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 내가 느낀 직장이라는곳은 어떤곳인지 나의 경험담을 적어보려 한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