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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일기]첫번째 면접#6(2013.4월초)

미대oppa 2022. 3. 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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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당일, 그 날은 날씨가 더웠다. 

나는 땀을 흘리며 검은 정장을 입고 면접장소로 향하였다. 

도착까지 거의 2시간가까이 걸렸고 '여길 합격한다면 어떻게 출퇴근하지?' 이런 태평한 걱정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큰 미술관이었기에 전시를 보러 놀러온 기분도 들었다. 

대학시절 몇번왔던 미술관 건물을 보니 익숙하고 마음도 편안해졌다. 

나는 첫면접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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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한 여직원이 내게 잠시 면접대기실에서 기다려달라고 하여 대기실로 향했다. 

화려한 미술관내부에 비해 일하는 사무실의 모습은 좁고 서류더미가 쌓여있었고 열악해 보였다. 
면접대기실에 도착하니 검은정장을 입은 여자지원자들이 많이 있었고 남자는 한명도 없었다. 

나이대는 20대후반에서 30대중반까지 보였다. 

-
아까완 달리 침묵과 엄숙한 분위기속에 있으니 갑자기 긴장감이 몰려왔다. 

주변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누구하나 말하지 않았다. 

다들 무언가 A4용지로 인쇄된 종이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자기소개 연습을 하는것인지 회사에 대해 정리한 요약본을 보는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후 진행자가 다른 지원자의 이름이 호명하였고 그 지원자는 면접실로 안내받아 혼자 들어갔다.

아무래도 단체 면접은 아닌듯 하였고 나는 내차례를 차분하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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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되었구나. 갑자기 매우 초조했다.

지금까지의 여유가 다 사라지고 걱정이 마구 몰아치듯 생기고 있었다.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어떻하지?

말을 더듬으면 어쩌지와 같은 아깐 전혀 신경안쓰던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잠시 후 첫번째 지원자의 면접이 끝났다. 

진행자가 다음 차례로 내 이름을 부를까봐 겁이났다. 

웃기게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됬기 때문이다. 

아니 아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다가 갑자기 심장이 왜 이리 뛰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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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차례는 내가 아니었다.

기다림이 지속될 수록 긴장감은 더 커져갔고 기다리길 30분정도...

드디어 내 이름을 호명했다.

30분간 계속 다음차례는 내가 아니길 빌고 있었는데..(아니 이럴거면 면접을 왜온겨 ㅋㅋㅋㅋㅋㅋ)

나는 문을 열고 면접장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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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3명의 면접관이 있었다.

40대 여성,

그보다 젊어보이는 남성,

그리고 가운데 흰머리를 길게 기르고 개량 한복을 입은 한 50대?60대? 남성이 있었다.

첫느낌으로는 포스가 있다고 해야할까 겉모습에서 풍기는 왠지 모를 위압감이 있었다.

면접관과 나의 거리도 제법 가까운편이었고  분위기는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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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중 한명은 내게 자기소개를 요구했다. 

물론 자기소개를 시킬줄 알고 준비했다. 

그러나.....

나는 긴장이 되어 말이 꼬이고 준비했던 자기소개를 제대로 말해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쉬운 자기소개 조차 실수를 했다는것에 멘탈이 바사삭 녹아버렸다. 

머리속이 하얘지면서 생각했던 대사가 뒤죽박죽 꼬여버렸고 어디서 부터 말해야할지 몰랐다.

머리속에는 준비한 소개문장들이 있었는데 그게 뒤죽박죽 되면서 순서를 잃고 결국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것이다. 

가수나 오디션 지원자들이 TV프로에서 노래를 부르다 가사 한소절을 까먹으면 당황해서 노래전체를 망쳐버리는 것 같았다. 

참고로 자기소개를 달달 외우면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자연스럽게 친구에게 말하듯 나를 표현해야하는데 암기식으로 해버리면 돌발상황에 말문이 막혀버리기 쉽다.

-
면접관의 무표정이 내 심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들은 또 내 전공에 대해 질문했다. 

예상했던 질문이지만 나는

음...

어..

그게.....

와 같은 의미없는 추임새와 더불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면접관은 내게 업무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 질문엔 '어떠어떠한 능력과 경험을 토대로 업무수행을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어야 하는데

당황한 나는 단답형으로 대답을 해버렸다...

그 대답도 맥없이 작은 목소리였고 확신이 없는 목소리였던걸로 기억한다.

그 짧은 15분간의 시간이 3시간 같았고 창피했고 부끄럽고 도망가고 싶었다.

최악이었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나는 확신했다.

면접은 100프로 떨어졌구나. 

-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내가 그렇게 면접을 망친이유는 뭘까.

첫째, 준비가 부족했다.


자기소개는 대부분 신입에게는 90% 이상 요구한다고 보기 때문에 대본을 작성해보는게 좋다. 

대본을 보고 달달 외우기 보다는 거울을 보고 의자에 앉아서 직접 말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본을 외워서 말하는 방식은 변수가 많은 면접장에서 대본을 까먹었을때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말이 꼬여버릴 수 있다. 

직접 소리내서 말해보는 연습을 여러번 해봤다면 다음 문장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대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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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면접 경험이 없었다.  

면접도 여러번 볼 수록 는다.  

말은 쉽지만 면접관이 평범한 옆집 아저씨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진다. 

그 당시 나는 미술관에 산책하러 간것도 아니고 아무생각없이 면접에 임했던 것이다.

이렇듯 나는 자신만만했던게 아니라 면접에 대해 무지했던것이다.

면접장분위기를 아예 몰랐던거다.


제대로 준비해도 모자를 판에....

위에 언급한 기본중에 기본을 준비하지 않고 면접을 봤으니 결과는 뻔했던것 아닐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세상 무겁게 느껴졌다. 

마음이 정말 무거웠다.

그리고...

2022.03.24 - [회사생활/나의 취준&면접 이야기] - [취준일기]첫번째 면접#5(2013.4월초)

 

[취준일기]첫번째 면접#5(2013.4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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