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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일기]교수님의 취업 제안#3(2013.3월중순)

미대oppa 2021. 9. 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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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취업 제안 (2013.3월초 기록)

YES or NO

전화를 받자마자 교수님은 나에게 취업이 됬냐고 물어보셨다.

내가 어떻게 답변을 해야할 지 몰라서 약 3초간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에

교수님께서 한가지 제안을 하셨다. 

 

"내 친한 제자가 XX기업 디자인팀 팀장인데 거기 신입사원을 뽑는다.

네 생각이 나서 걸었다. 혹시 지원해볼 생각없나?" 

 

매우 솔깃한 제안이었다.

이 기업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이었다.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전화로 들은 제안이기 때문에 어떤 말이라도 내뱉어야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왜 굳이 나를 추천하지? 나말고도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텐데?

괜히 갔다가 후회하는거 아니야?

난 이제 막 취업준비를 시작해서 이력서도 정리못했고 포트폴리오도 없는데 어쩌지.

아직 난 준비가 안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럴만도 한게 백수로 돌아가면 자신감이고 자존감이고 다들 바닥으로 떨어진다. 걸 처음 겪었던 때이기에 더 그랬다.

 

여러 생각들이 복잡하게 공존하는 마당에 나는 YES/NO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결국 내 대답은 NO였다.

그 이유는 

나는 아직 취업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정중하게 설명드렸다.

현실적으로 포트폴리오도 제작중이었고 토익도 공부중이고 자기소개서도 제대로 작성 해둔게 없었다.

이 상태로 면접을 본다면 나를 추천해준 교수님 얼굴에 먹칠을 하는거라고 생각했다.

 

졸업전에 미리미리 준비했더라면 했겠지만,

졸업하기 전엔 논문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논문을 마치고 나선 조교업무를 마무리하고 후임자에게 인수인계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름 꽤 바빴다는 핑계를 대고 싶다. 

 

교수님의 전화가 2주정도만 늦게 왔더라면 나는 면접을 보러 갔을 것이다. 

연락온 시기가 나한테는 갑작스러웠던게 아쉽기도 하다.

뭐든 타이밍이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거다. 

그리고 후회...

제안을 거절하고 후회를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화를 받았던 그때

"교수님의 제안 감사합니다. 조금 고민해보고 다시 전화드려도 될까요?"

라고 했었어야 했다.

그 당시 나는 그 정도의 요령도 없었다.

살면서 그런 뜻밖의 기회는 거의 오지 않는다.

그 전화 한통이 내겐 기회가 될 수 있었던 것이고 그걸 잡음으로써 내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교수님은 나를 2년동안 매일매일 지켜보셨다.

나는 학업과 조교업무를 병행했기 때문에 교수님과 마주칠 일이 정말 많았다.

술도 가끔 같이 마시고 업무도 같이 하고 수업도 받으면서 나름 신뢰를 쌓아왔다. 

내가 준비가 안되었다면 어떤가, 어쨌든 교수님은 나를 좋게 봐서 추천을 해주신거고 그것까지도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때부터라도 준비했다면 나도 잘 해낼수도 있는건데 말이다.

 

늦게나마 아쉬운 마음이 들어 그 회사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봤었다.

누구나 다 아는 정말 괜찮은 회사였다.

그 당시 나는 다른곳 면접이 잡힌 상태도 아니었다. 제대로 회사를 찾아 이력서를 써서 지원한 상태도 아니었다. 

그저 들어온 기회를 내 발로 차버린것이다. 

추천제 입사

여러 회사에서는 구직사이트에 채용공고를 내기전에 먼저 주변 지인이나 내부직원을 통한 추천제로 직원을 뽑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1차적으로 검증이 된 사람이고 그 사람에 대해 잘 안다는것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회사입장에서도 구직사이트에 공고를 내고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일정을 잡는것 자체가 일이고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작업이기에 직원추천제를 시행하길 선호한다.

 

지원자의 이력서들을 처음 읽어볼땐 재미있으나 몇십개씩 계속 읽으면 정말 힘들다.

물론 추천제라고 해도 다 합격은 아니다.

어차피 면접을 보고 적임자인지 판단하고 채용을 결정한다.  

추천제로 입사한사람이 수습기간을 통과하거나 몇년이상 재직시 성과금을 주기도 하여 직원추천제에 대부분 긍정적이다. 

 

그래서 추천제는 '내정자'와는 의미가 다르다.

내정자는 이미 합격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고를 내고 형식적인 면접을 보게 하는 것이기에

주로 기관이나 공기업에서 많이 일어나 뉴스에도 자주 보도 된 적이 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지원자들은 합격된 내정자와 함께 자리채우기식으로 면접에 참석하게 되는것이다. 

다시 시작

교수님의 제안을 거절하고 나서는 한동안 계속 후회했다.

며칠동안 생각이 났다.

다시 전화를 드려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할까?

도 생각했다가 교수님 얼굴이 떠올라 다시 걸 수 없었다.

내가 NO라고 교수님을 오히려 설득시킨 마당에 다시 전화걸어서 면접보고 싶습니다 라고 말할 염치가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회라고 생각되는 것은 놓치지 말고 잡았으면 한다.

내가 먼저 찾아다니고 알아보지 않는 한 가만히 앉아서 떡이 떨어지는 기회는 살면서 거의 오지 않는다. 

 

나는 다시 도서관 자리에 앉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렇게 오래 취업이 안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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